우리는 후대의 중국과 유럽의 의학 작품에 나오는 그림--원대(元代)의 의자 활수(滑壽)의 『十四經發揮』(그림 1)과 바살리우스(Andreas Vasalius)의 『파브리카 Fabrica』(그림 2)--을 통해 이러한 불일치의 유산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. 나란히 놓고 보면 두 그림은 은연중에 각기 허점을 드러낸다. 우리는 활수의 그림에서는 바살리우스가 그린 인간에게서 보이는 정교하게 구분이 되는 근육을 찾아볼 수 없다. 그리고 사실 전통 중국 의학에는 ‘근육’(muscle) 개념에 꼭 상응하는 말조차 없다. 근육 조직(musculature)에 매혹된 것은 독특한 서양적 현상이다. 이와 반대로 바살리우스의 인체관에서는 침을 놓는데 필요한 지점들에 대한 정확한 도표화를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--이것은 필연적인 것인데 왜냐하면 중국인의 눈으로 보아도 이것들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. 따라서 17-8세기에 유럽인들이 중국 의학 문헌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마주친 인체 묘사는 상상의 땅--한 영국 의사는 이를 ‘환상’이라 보았고, 또 다른 사람은 ‘엉터리’라고 생각했다--에 대한 설명과 다를 바가 없었다. 중국인의 ‘해부학’(anatomy)은 갈레노스나 바살리우스가 본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. - 시게히사 쿠리야마의 『고전 중국 의학에서 시각적 인식』 중에서